[페미니즘][아카이빙·플로우 정리] 스포츠 지면에 게재된 여성 선수 사진 ( 1 판 )
스포츠를 다루는 매체에서는 정치나 경제 같은 다른 분야에 비해 사진 자료의 의존도가 높다. 사진 한 장으로 보도를 대신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스포츠 분야에서 사진은 큰 역할을 한다.
이러한 사진 자료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라고 불리고 있지만, 사진에는 반드시 촬영하는 사람의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인 의도가 담기기 때문에 또한 주관성이 포함된 자료이기도 하다. 현재 대중매체에서 내보내는 여성 스포츠 사진은 가부장제 위계질서를 강화시키고, 재생산하는 도구로써 사용되고 있다.
스포츠 사진 보도의 역사
1950년대
신문 내의 스포츠 보도량이 적었다. 신문이라는 매체가 보급화되지 않았으며, 한국의 국제대회 출전이나 입상이 부진했다. 더더욱 여성 스포츠 분야의 국제메달획득 수는 전무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1950년대의 스포츠면에 여성 선수의 사진은 단 한 번도 실리지 않았다.
1960년대-1970년대
1960년대에는 우수한 성적을 거둔 농구와 육상 선수들의 사진이 신문에 실리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는 농구와 육상 선수들에 이어 배구와 테니스 선수들의 모습이 실렸다. 주로 올림픽, 세계선수권 등 국제 대회의 사진, 경기나 연습 장면의 활약상이 게재되었다.
성적 대상화된 사진을 발견할 수 없는 이유
1960-70년대 성적 대상화된 여성 선수의 사진이 적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소수였던 스포츠 보도 면적 : 한국 전체의 스포츠 성적이 부진하여 스포츠 보도 면적 자체가 적었다.
- 사진 촬영 기술이 부족 : 당시의 카메라는 확대 기술이 적었을 뿐더러 확대한 상태에서 움직이는 피사체를 흔들림없이 잡아내는 기술이 없어 스포츠 사진을 크게 실을 수 없었다.
- 민족주의 : 1960-70년에는 당대 국제대회의 경기 사진을 주로 실었다. 평소에는 스포츠에 적합한 대상을 남성으로 한정시켰으며 큰 대회가 없는 해의 여성 선수 사진의 보도량은 현저히 적었다. 하지만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같은 국제대회에 예외적으로 여성이 참가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면 대중 매체들은 가부장제를 넘어선 민족주의를 체택하여 여남에 관계없이 국위선양을 보도해주는 시혜적 입장을 취했다.
1980년대
88 서울 올림픽의 개최로 범국민적으로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여성 선수의 사진 보도량 역시 급격하게 증가했는데, 6-70년대와 같이 활약상을 중심으로 한 사진이 게재되었다. 큰 활약을 펼친 탁구, 농구, 리듬체조, 수영 등의 종목이 주를 이루었다.
헤드라인과 기사에 사진과 함께 ‘다람쥐’, ‘토끼’ 등의 동물에 여성 선수들이 비유되었다. 선수들의 실적과 관계없이 여성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리듬체조 등 전통적으로 ‘여성 스포츠’라고 간주되어 온 종목의 보도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1980년대부터 성적 대상화된 외국 여성 선수들의 사진이 게재되기 시작했다. 한국 선수들은 활약상을 위주로 게재된 것에 비해, 외국 선수들은 축구와 농구 등 격한 스포츠가 아닌 몸매가 강조되는 옷을 입은 체조종목이 게재되었다. 당대 스포츠의 민족주의적 성향으로 인해 한국 여자 선수의 성공은 곧 국가의 성공으로 동치되었고, 여성이어도 국가에 기여만 한다면 인정해준다는 분위기가 남아 있었다. 강하게 남아 있던 보수적인 성향 또한 국내 선수의 성적 대상화 지연에 큰 요인이었다.
때문에 민족주의에 영향을 받지 않는 외국인 선수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성적 대상화된 사진이 게재되었다. 경기 성적보다 노출과 몸매를 부각한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 선수들을 그저 신체로서의 여성으로 소비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90년대 국내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으로서의 소비로 이어진다.
1990년대-현재
1990년대는 여성 선수들을 국가의 상징으로서의 존재와 단지 여성인 선수 둘로 양분하여 보도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 국가의 상징으로서의 여성
국가의 상징으로서의 여성은 흔히 기사에서 ‘대한의 딸’이라고 묘사되는 존재를 일컫는다. 메달을 따서 국위선양에 일조하는 존재, 여성이지만 예외적으로 성과를 인정해주는 존재를 의미한다. 이들에게는 '막강'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서 보도했는데, 전형적으로 여성만을 서술해오던 약함, 여림이라는 단어들과는 달리 ‘강하다’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강함 와중에서도 대체할 수 없는 강함인‘막강’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한국의 위상을 높힌 선수의 승리와 노력을 강조하는 보도를 했다.
- 여성일 뿐인 선수
반면, 여성일 뿐인 선수는 실력이 좋아도 '땅콩'이나 '토끼', '여신' 등의 별명을 붙여 기사에 내보내며 대상화된 이미지를 만들었다. 국가의 상징은 우수한 경기력과 노력과 성취에 의하여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대중매체에 의하여 그 역할이 부여되는 것이다.
- 기사 없이 사진으로만 보도되는 형태
기술의 발전으로 인터넷 신문사가 등장했고 현재 주요 신문사들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가지고 포털사이트에 자신들의 뉴스를 메인에 띄우기 위해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지류신문일때도 스포츠면은 사진의존도가 높았지만, 한정된 공간이던 신문지를 벗어나 웹이나 모바일에서는 무한정으로 사진을 올릴 수 있게 되었고, 사진만 등장하는 기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때, 여성 운동 선수의 사진은 정보성을 띄는 텍스트보다 볼거리인 사진으로 제시되었다.
기사 텍스트 없이 운동선수의 성적 요소만 부각시키는 것은 그 자체로 포르노로 소비되며, 남성들에게 ‘여성은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여성은 성적으로 복종시킬 수 있다’는 메세지를 심어준다.
특히 이런 사진들이 객관적인 자료로 인정되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